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멤버> 그들을 처단할 때가 왔다

by dally-log 2025. 9. 16.
반응형

리멤버 영화 포스터 이미지
리멤버 공식 포스터(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1. 프레디와 제이슨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 80대 노인이 최고령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노인이 매장에서 쓰는 닉네임은 프레디이고 본명은 한필주(이성민)입니다. 평소에 신조어나 젊은 사람들의 문화를 많이 알고 이해할 줄 아는 젊은 노인으로, 같은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는 제이슨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인규(남주혁)와 가깝게 지냅니다. 필주는 뇌종양 말기에 알츠하이머를 겪고 있는 환자였지만,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고 병원으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아내와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그 후 필주는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며 60년 동안 세워왔던 복수의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합니다. 나이가 있고 건강하지 못한 몸 때문에 직접 운전하지 못하는 필주는 인규에게 일주일만 운전을 도와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렇게 필주와 인규의 위험한 동행이 시작됩니다.

2. 60년의 계획, 복수

필주는 복수하기 위한 계획을 오래전부터 세웁니다. 필주의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시대에 명망 높은 지주였습니다. 당시 소작농이던 정백진의 무고로 일본 순사에 의해 고문을 받아 사망했습니다.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정신장애를 앓다 사망하고, 형은 친구 양성익에게 속아 강제징용에 시달리다 탄광에 매몰되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누나는 정혼자 김치덕의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고향에 돌아와 그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자살했습니다. 자신의 가족을 사망케 한 정백진, 양성익, 김치덕과 일본군 헌병 장교였던 토조 히사시를 처단하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이들을 처단하고 가족의 죽음을 방관한 자기 자신까지 처단할 계획을 세웁니다.

3. 노인과 젊은이

영화 리멤버의 흥미로운 점은 노년 세대와 젊은 세대가 만들어 내는 케미입니다. 이성민 배우가 연기한 필주는 알츠하이머로 인해 기억이 흐릿해지지만, 한평생 품고 있던 가족의 복수만은 절대 잊지 않습니다. 이는 굳건히 지켜내려는 과거의 무게를 상징합니다. 반면, 남주혁 배우가 연기한 인규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아버지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현실적인 현재의 세대를 보여줍니다. 필주의 복수 계획은 치밀하면서도 어딘가 불안정해 인규에게는 위험하고 무모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한쪽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도와주며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는 관계로 발전합니다. 이성민 배우의 무게감 있는 연기와 남주혁 배우의 현실적이고 솔직한 반응은 영화 속 긴장감을 풀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고조시키기도 합니다.

4. 망각과 집착의 모순

영화 리멤버에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기억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필주는 알츠하이머로 인해 점점 기억을 잃어가지만, 깊숙이 새겨진 상처와 복수심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는 인간은 기억을 잃어버리면서도 가장 고통스러웠던 상처는 끝내 잊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대조는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역사까지 연결됩니다. 비극적인 사건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개인의 복수에서 시작해 일제강점기 시대 속 강제징용, 위안부라는 우리 역사 속의 아픔을 수면 위로 끌러 올리는 행위로 연결됩니다. 이 영화는 기억을 잃어가는 인간과 결코 지워지지 않는 상처 사이의 간극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5. 기억이 남긴 것

영화는 개인의 집요한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끝내 그 여정이 남긴 것은 승리가 아니었습니다. 점점 빠르게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에도 필주를 붙잡고 있던 것은 복수였습니다. 마지막 복수로 가족의 죽음을 방관한 자기 자신의 처단만 남아 있을 때 인규에 의해 그 복수는 완성되지 못합니다. 그 후 필주는 완전히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고 영화에는 허무와 공허함만이 남습니다. 복수가 끝난 자리에도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입니다. 이제 상처는 필주 혼자만의 것이 아닌 복수의 여정을 함께한 인규의 것이기도 합니다. 영화 리멤버는 복수의 끝에 어떤 구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더 고독하게 만드는 씁쓸한 현실이 놓여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