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다음 소희> 다음은 없어야 한다

by dally-log 2025. 9. 30.
반응형

다음 소희 영화 포스터 이미지
다음 소희 공식 포스터(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제공)

1. 언젠가 마주쳤던 두 사람

다음 소희는 2017년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의 자살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춤을 좋아하는 평범한 고3 김소희(김시은)는 학교에서 대기업이라며 추천해 준 한국통신 S플러스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됩니다. 밝고 활기차던 소희는 회사를 다니면서 점점 피폐해져만 갔습니다.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욕과 성희롱에 힘들어했지만, 소희를 더 괴롭게 했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회사에 입사한 후 제때 퇴근한 날보다 야근한 날이 훨씬 많을 정도로 일을 많이 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실적을 쌓았음에도 현장 실습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급여를 받지 못하는 부당 대우로 인해 팀장을 폭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받은 무급 휴가 3일. 소희는 이미 자해를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상태였습니다. 무급 휴가 마지막 날, 친구들과 만나고 돌아가던 중 소희는 결국 저수지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합니다. 이 사건을 조사하던 오유진(배두나)은 소희와 연습실에서 잠깐 스쳐가듯이 만난 것이 전부이지만, 사건을 파헤지면서 소희가 겪었을 아픔에 공감하게 되고 단순한 자살 사건이 아닌 산재로 여기며 조사를 이어갑니다.

2. 너무나 잔혹한 현실

영화에는 어떠한 자극적인 장치나 과도한 연출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줍니다. 허구적 상상력이 아닌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제도적 착취, 성과만으로 요구하는 기업의 폭력성, 학생을 더 이상 보호하지 않고 취업률에 목 매인 학교와 그런 학교들을 향한 사회의 무관심이 138분 안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소희의 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끝나는 것도 한몫합니다. 제목이 다음 소희인 것처럼 여전히 다른 소희들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을 정도로 영화는 너무나 잔혹한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3. 사회 고발의 시선

영화는 크게 두 개의 시선으로 전개됩니다. 초반에는 소희의 시선으로 현장실습생이 겪는 제도적 착취와 사회 구조적 문제를 다룹니다. 영화 후반부에는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 유진의 시선으로 제도적 착취와 사회 구조적 문제를 다룹니다. 소희는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저항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징계뿐이었고 그런 현실에 끝내 등을 돌렸습니다. 반면 경찰인 유진은 사건의 실마리를 파헤치며 현장실습 제도의 구조적 문제, 학생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압박했던 학교의 책임, 사건을 단순히 행정 처리하려는 기관의 태도들을 드러내며 제도와 사회 구조의 허점을 밝힙니다. 어쩌면 소희가 말하고 싶었지만 현장실습생이라는 사회적 위치로 인해 하지 못했던 것을 유진이 대신해 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다음 소희

영화는 현장실습생이었던 소희라는 특정 개인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희라는 한 인물을 통해 유사한 환경에 놓인 다수의 청소년 노동자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사건이 일회적인 비극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문제임을 강조합니다. 현장실습 제도, 기업의 성과 중심 운영, 교육 기관과 사회 시스템의 미비는 소희라는 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닙니다. 현실 속에서는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었고, 발생하고 있고,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영화에서 유진이가 소희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며 소희의 아픔을 공감하며 제도와 사회 구조의 허점을 밝히는 장면은 왜 소희를 지키지 못했나 라는 질문이 아니라 또 다른 소희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남깁니다.

5. 씁쓸한 여운

영화는 평범했던 고등학생 소녀가 직접 겪은 현실을 통해 청춘의 꿈이 현실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떻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사회로 나가기 위한 기회의 장이 되어야 하는 곳이 노동력 착취와 성과 압박의 수단으로 변질되었고 그 과정에서 소녀가 가지고 있던 희망이 점차 좌절로 변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스토리에 따른 여운은 바로 한 청춘의 미래가 제도의 허점과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쉽게 부서질 수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영화가 남긴 씁쓸함은 실제 사회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 반복될 수 있는 현재진행형이고, 씁쓸한 여운은 관객에게 강렬하게 남아 쉽게 잊을 수 없는 무거운 과제로 남았습니다.